01
황정산 저 꾀꼬리는 음성도 좋다 우리임의 음성과 비숫도 하네
앞산에 저 뻐꾸기는 초성도 좋다 세 살때 듣던 목소리 변치도 않았네
두견아 접동아 네 슬피 울지 말아라 네 슬피 우는 음성소리야 고향생각 또 난다
02
남의 집 서방님은 기차 운전도 하는데 우리 집 낭군님은 보구레 운전도 못하나
돌기와집 서방님은 전차 마차도 끄는데 우리 집 저 멍텅구리는 콩밭 골만 타네
개구장가 집 서방님은 장구도 잘 치는데 우리 집 저 양반은 화로통 장단만 치네
1) 보구레: 쟁기질을 소가 아닌 사람이 할 때 메는 농기구. 인력 쟁기
2) 개구장가 : 도랑 등의 가장자리
03
비행기재 말랑이 자물쇠 형국인지 한번만 넘어오시면 넘어갈 줄 몰라요
문재, 전재, 시루목 마루에 말끄는 소리에 평창읍내에 음식 장수들 신바람 났네
대관령 아흔아홉구비 무사히 잘 넘었는데 문재, 전재, 칡사리 고개가 또 웬수로구나
3) 비행기재 말랑 : 평창과 정선 사이의 고개 꼭대기
4) 문재,전재, 시루목 : 평창의 고개들
5) 칡사리 : 평창군에서 횡정군으로 넘어가는 길의 고개. 고개의 형세가 칡을 베 어 사려놓은 것처럼 생긴 곳을 칡사리굽이라 한다.
04
영월 사목 땅에 딸주지 마세요 담배순 치느라고 고생머리 알켓네
정선땅에다 딸주지 마세요 강냉이, 조밭 메다가 잔허리 다 휘겠네
영월, 평창 정선에 딸주지 마세요 삼베 질쌈 하느라고 밤잠을 못자요
6) 질쌈 : 길쌈의 옛말. 부녀자들이 가정에서 베 • 모시 등 작물을 짜는 모든 과정 을 일컫는 말
05
총각낭군 만나를 볼라고 머리 곱게 빗은 걸 그 몹쓸 놈의 돌개바람이 다 헝크러 놨네
요놈의 총각아 내 손목 놔라 몽실몽실 크던 손목이 더 작아진다
육백마지기 퍽퍽 무너져 육지가 평지 되더래도 당신하고 나하고 마음변치 맙시다
06
조림산에 불붙은 거는 소방대야 끄지야 요내 가슴에 불붙으면 어느 누가 꺼주냐
나비없는 동산에 꽃은 되어 무엇 하나 임이 없는 이 강산에 내 잘나면 무엇 하나
한 살, 두 살 먹고 먹어서 부모님 생각나더니 이십세가 착 넘어서니 아가씨 생각 절로 나네
07
술 잘 먹구야 돈 잘 쓸 적엔 김생원 이생원 하더니 돈 떨어지고 술 못 먹으니 본척 만척 하더라
술집에 오셨거들랑 술이나 잡숫지 쓸데없는 객담 연설이 술값 보태주나
맨발로 못 갈 데는 참 밤나무 밑이요 돈 떨어지고 술집에 못 갈 때는 술집 문전이로다
08
세월이 갈라거든 지나 혼자 가련만 알뜰한 내 청춘을 왜 데리고 가느냐
허공 중천에 뜬 구름은 만리타향 가는데 이 내 몸은 한 번에 메이면 오가지를 못하네
앞남 산천에 두견 접동아 구슬피 울지 말아라 고향 못 간 이 내 마음이 고향 생각 나네
09
우리부모가 나를 가지고 고비고사리를 잡쉈나 고불고불 고생이 시루어 나는 못 살겠네
산천이 좋아서야 나 여기 왔나 정든님을 만나려고 내가 여기 왔지
세월이 가기는 바람결 같고 사람이 늙기는 물결과 같구나
7) 고비고사리 : 양치식물 고사리목 고사리과의 여러해살이풀. 산지의 나무 그늘 에서 자란다.
10
나물도 뜯고 임도 보고 겸사겸사 왔더니 나물도 못 뜯고 임도 못 보고 낭패 났네
청옥산이 무너져 평지 되기 쉽지만 우리들 깊은 정이야 변할 수가 있나
우리야 연애는 솔방울 연앤지 바람만 살랑 불어도 똑 떨어지네
11
소나무 쓸만한 거는 전봇대로 나가고 논밭이 쓸만한 거는 신작로로 나간다
저 건너 줄밤나무야 많이많이 열어라 작년 팔월에 보던 처녀를 또 만나보자
나뭇가지에 앉은 저 새는 바람불까 염려요 당신하고 나하고는야 정 떨어질까 염려라
12
육백마지기 폭폭 무너져 육지가 평지가 되드래도 청옥산에 정든 거만큼 변치를 맙시다
육백마지기 내려오는 물줄기가 소주 약주만 같다면 오늘 같은 손님들 오신 걸 약주 한 병 하지
육백마지기 돼지감자를 첫 찜 들여놓고 곤드레 쌈에 된장을 발라서 많이. 드시고 가세요
13
서산에 지는 해가 지고 싶어 지나 나를 버리고 가시는 임이 가고 싶어 가나
담뱃불이 반짝 반짝해 임 오시는가 했더니 고 몹쓸 놈에 개똥불이 날 속였구나
14
강냉이밥 사절치기는 오글박작 끓는데 임자 당신은 어딜 가시려고 신발 단속을 하시오
목골 골길이 인심이 좋다고 딸 놓지를 마세요 강냉이밭 아이듬하다가 잔허리 다 꺾겠네
8) 사절치기 : 옥수수 한 알을 네 개로 만들어 밥을 지었대서 나온 말
9) 목골 : 영월군 영월읍 삼옥리에 위치한 마을
10) 골길 : 마을길
11) 아이듬 : 밭일
15
낚숫대를야 딸딸 끌고서 개구장가로나 갈테니 싸리 바그미 옆에 끼고서 날만 따라오게
개구장가의 검무노리는 무스내 죄를 지어서 다 큰 색시 손길에 칼침을 맞나
12) 낚숫대 : 낚싯대
13) 바그미 : 바구니
14) 검무노리 : 미나리향이 나는 동글동글한 형태의 나물
16
원수 백발이 오지 말라고 가시성을 쳤더니 고몹씰놈의 원수야 백발이 날 따라오네
울타리 밑에 수삼대궁은 늙던지 말던지 여기오신 여러야 분들은 늙지를 마서요
15) 수삼대궁 : 널어놓은 삼베
17
삼방산에 떡갈잎이야 옥양목 광목만 같다면 조선 천지에 우리 백성이 맘 놓고 살지
언덜미 건덜미 우거진 골로 뒷집의 총각 낭군아 꼴 베러 가세
16) 옥양목 : 평직으로 짜서 표백한 면직물의 하나
17) 광목 : 날실과 씨실을 무명실로 하여 짠 무명천
18) 언덜미 건덜미 : 억새 같은 소여물
19) 꼴 : 풀
18
노랑 저고리 진분흥치마를 받고 싶어 받았나 우리 부모 말 한 마디에 울민불민 받았지
요놈에 총각아 내 치마 꼬리를 놓아라 당사실로 주름잡은기 콩 뛰듯 한다
20) 울민불민 : 울며불며
21) 당사실 : 중국에서 들여온 명주실을 이르던 말
19
청옥산 말랑에 노루 사슴이 놀구요 우리집 울안에는 임자 당신이 노네요
참나물 모시대를 내가 뜯어 줄거니 한치 뒷산 산중허리로 날 따라 오게
22) 말랑 : 마루. 등성이를 이루는 지붕이나 산 따위의 꼭대기
23) 모시대 : 쌍떡잎식물 초롱꽃목 초롱꽃과의 여러해살이풀. 연한 부분과 뿌리를 이용하여 나물을 만들어 먹는다.
20
청옥산 멀구야 다래는 얼크러 설크러 지는데 나는 언제나 임을 만나서 얼크러 설크러 질거나
논두렁 꽃이나 밭두렁 꽃이나 꽃은 일반인데 오시다 가시다 만난 님도야 님은 님이 아닌가
24) 멀구 : 머루
21
청옥산이야 노름노름해 꾀꼬리단풍이 들거든 뒷집에 총각 낭군아 동박 따러 가세
두만이 둥둥재 새조밭 파기 싫거든 미창 담배 수매 들병장사 갑시다
25) 동박 : 생강나무. 날씨가 추워 동백나무가 자라지 않는 중부 이북 지방에서는 생강나무를 산동백나무라고 부른다.
26) 두만 : 미탄면에 위치한 고개 이름
27) 둥둥재 : 하늘에서 북이 내려와 묻혔다는 명당. 아직도 풍수가들이 찾지 못하 였다.
28) 새조밭 : 조 농사를 짓는 밭
29) 미창 : 미탄
30) 수매 : 농산물 등을 사들이고 대금을 지불함
31) 들병장사 : 남사당놀이 판에서 구경꾼에게 병에 술을 담아서 팔던 일. 또는 그 런 장사꾼
22
한질 담 너머 두질 담 너머 꼴 비는 저 총각 잔솔밭(청옥산) 산중 허리로 날만 따라 오게
한치 뒷산에 두치곤드레 나지미 맘만 같아도 고것만은 뜯어를 먹어도 봄 살아나겠네
32) 한질 : 한길. 고을에서 가장 크고 번화한 길
33) 나지미 : [公 I;去 , 愛시 정든 사람
23
날 가라네 날 가라네 날 가라고 하네 삼베질삼을 못한다구서 날 가라고 하네
미탄땅이 살기 좋대서 내가 살러왔더니 돈 그립고 님 그리워서 나는 못 살겠네
24
반달 같은 우리 오빠는 대동아 전쟁 갔는데 샛별 같은 우리 올개는 독신 생활한다
스리 오소리 강냉이 밭의 오소리 강냉이 한자리 다 파먹고야 간 곳이 없네
34) 올개 : 올캐
25
삼방산 한중허리는 실안개가 돌고요 미탄면 한복판에는 우리 임이 와 돈다
평창 같이 살기 좋은데 살려만 오세요 그물 같은 물밑에도 해당화가 핀대요
26
우리 집에 시어머니 삼베질쌈 못한다고 앞 남산 광속깽이로 날만 꽝꽝 치더니 한오백년을 못사시고서 북망산천 가셨네
우리 집에 서방님은 잘났던지 못났던지 차구차구 칼을 차구 쓰고쓰고 투구쓰고 메고메고 총을 메고 38선 직경에 전투하러 가셨는데 부디부디 몸조심 하시고 잘 다녀오세요
35) 광속깽이 : 송진이 많이 영긴 소나무의 가지
27
한치 뒷산에 곤드레 딱죽이 님의 맘만 같으면 올 같은 흉년에도 봄 살아나겠네
재작년 봄철이 또 다시 돌아왔는지 한치 뒷산에 곤드레 딱죽이가 또 올라오네
한치 뒷산에 곤드레 딱죽이 세지를 말어라 지난 봄에 만났던 님을 또 만나자꾸나
청옥산에 떡갈잎은 나날이 퍼들어지는데 우리 집에 부모님은 나날이 늙어가시네
육백마지기 떡갈잎으로 거름만 할 수 있다면 우리 집에 자갈밭은 옥답으로 바꾸지
36) 곤드레 : ‘고려엉겅퀴’라고도 부르는 여러해살이 풀로,겨울을 난 땅 속의 뿌리 에서 이른 봄 잎이 나는 산나물
37) 딱죽이 : ‘잔대’라고 알려진 나물로 ‘딱주’라고도 하며,산야에서 흔히 자란다.
28
천상에도 노던 선녀 인간에 내려오니 할 일 없고 할 일 없네 베틀이나 놓아볼까
옹랑간에 베틀 놓고 큰 아그 다리는 두 다리요 베틀다리 네다리요
안방담방 자질깬가 말코바리라 차는 양은 단장에 걷어차고
분태라고 차는 양은 배으메허리에 둘러차고
잉엣대는 삼형제요 눌림대는 독신이요 비개미는 팔형제요
앵두나무 북닫개에 대추나무 옌지북에 칭칭나무 바두집에
구리 한 쌍 적세 놓고 황새촉새 알을 물고 평안강으로 돌아든다
최활이라 꼽는 양은 국화 속으로 휘어 꼭꼭 도투마리 놀은 양은 늙으신 내 병안인가
앉으실랑 누으실랑 자리빨을 못부니네
끌 신이 노는 양은 큰 애기 헌신짝에 거미줄에 목을 매고 강태공의 낚시댄가
노실랑 들으실랑 자리빨을 못부니네
38) 옹랑간 : 헛간
39) 안방담방 : 아무런 낙 없이
40) 말코 : 베틀에 딸린 기구의 하나. 길쌈을 할 때에 베가 짜여 나오면, 짜여진 천 을 감는 대이다.
41) 분태 : ‘부티’ 또는 ‘부태’라고도 한다. 베를 짤 때 베틀의 말코 두 끝에 끈을 매 어 허리에 두르는 넓은 띠. 나무나 가죽 또는 베붙이 따위로 만든다.
42) 배으메허리 : 뱀의 허리
43) 잉엣대 : ‘잉앗대’의 방언으로, 베틀 위 쪽 눈썹줄에 잉아를 걸어 놓은 나무. ‘잉 아’란 베틀의 날실을 한 칸씩 걸러서 끌어 올리도록 맨 굵은 실을 뜻한다.
44) 눌림대 : 베틀에서, 잉아 뒤에 있어 날실을 누르는 막대
45) 비개미 : 베틀을 짤 때 허리에 두르는 넓은 띠 ‘부티’의 방언. 또는 베틀의 딸려 잉아의 뒤와 사침대 앞 사이에 날실을 걸치도록 가는 나무 세 개를 벌려 만든 ‘ 비경이’의 방언
46) 북닫개 : 베틀의 북 속에 넣은 실꾸리가 솟아 나오지 못하도록 눌러놓는 ‘북바 늘’의 방언
47) 엔지북 : 베틀에서 날실의 틈으로 왔다 갔다 하면서 씨실을 푸는 ‘북’의 일종
48) 바두집 : 천의 올을 굵기대로 고정시키는 ‘바디집’의 방언
49) 구리 : ‘꾸리’의 방언으로, 둥글게 감아 놓은 실타래
50》 최활 : 베를 팔 때 폭이 좁아지지 않도록 가로나비를 버티는 가는 나무오리. 활 처럼 등이 휘고 양 끝에 최를 박았다.
51) 도투마리 : 베를 짜기 위해 날실을 감아 놓은 틀. 베틀 앞다리 너머의 채머리 위에 얹어 두고 날실을 풀어가며 베를 짠다.
29
잘 살고 못 사는 거는 느들의 분복이지 중신아비 원망은 조금도 말어라
오라버니 장가는 내년 후년에 가더라도 문전옥답을 톡톡 팔어서 날 시집 보내주세요
나는야 죽어지거던 명당 지당도 싫어요 총각의 문전에다가 날 묻어주오
석 자 석 치야 보명에 헐어딘 무슨에 팔자가 좋아서 다 큰 아기 가는 헉지를 나날이 안고 도나
석세베 도롱치마는 입었으래망정 하이갈래 저 남자는 내 눈 아래로 돈다
52) 보명에 헐어딘 : 명주로 짠 허리띠
53) 혁지 : 허리
54) 석서베 : 짜임이 엉성하여 아무 곳에나 쓰는 천
55) 하이갈래 : 하이칼라. 와이셔츠의 운두가 높은 깃
30
개구장가약이 포름에 포름에 날 가자고 하더니 온 산천이 아우러져두야 날 가잔 말이 없구나
오늘에 갈런지 내일에 갈런지 정수정막 없는데 마당 가약에 줄봉숭아는 뭣하러 심어놓나
건넌 산 단풍잎은 구시월로 들건만 요 내 가슴에 속단풍은야 시시때때로 드노라
오뉴월 국화 꽃이 그렇게도 곱더니 팔구월 서리나바지에 낙엽만 지듯 하노라
56) 개구장 가약 : 시냇물 가장자리
57) 정수정막 없는데 : 확실한 기약이 없어 예측할 수 없다.
58) 서리나바지에 : 서리가 내린 밭에
31
오라기는 오라기는 나를 오래 놓고서 썩은 새끼로 문 걸어 닫고서 나비잠을 자나
맨발로 못 갈데는 참밤나무 밑이요 금전 없이 못 갈데는 술집문전 아니오
삼방산에 돌배나무도 고목이 덜컥진다면 오던 새 큰 아기도 되돌아간다
솔갈비 한 짐을 달달 긁어서 군불을 때고 아랫목이 따뜻하도록 잘 살어보세
육백마지기 돼지에 감자를 첫 찜 들여놓고 곤드레 쌈에 된장을 발라서 많이 드시고 가세요
59) 솔갈비: 누렇게 변한 소나무 잎을 갈고리로 긁어 모아 불쏘시개와 솥을 멜 때 사용하는 일종의 연료
32
항경산 대동막에 부엉이 한 쌍이 놀고요 줄대추나무 늘어진 가지에는 처녀 총각이 논다
아리랑 고개는 열두 고개인데 나 넘어갈 고개는 한 고개밖에 없구나
산이 높어야 골이나 깊지 조그만은 여자의 소견이 속 깊을 수 있나
예수나 믿었더라면 천당에나 갈 거를 이웃총각 믿었다가 낭패가 났네
60》항경산 : 미탄면 창리에 위치한 황경산(황정산)
61) 대동막 : 산의 높은 꼭대기를 이르는 말
33
육백마지기 얼러지 곤드레 세지를 말어라 지난 봄에 만났던 님을 또 만나자꾸나
니 팔자나 내 팔자나 이불담요 깔겠나 마틀마틀 장석자리에 깊은 정 들자
오늘 갈런지 내일 갈런지 정수정막 없는데 만드라미 줄봉숭아는 왜 심어놨나
62) 장석자리 : 아주 얇고 곱게 새끼를 꼬아 만든 명석
34
산천초목은 늙었다 젊었다 변화가 있는데 우리 인생은 한번 늙으면 다시는 젊지 못하나
우리야 연애는 솔방울 연앤지 바람만 살랑 불어도 뚝 떨어지네
개구장가약이 포름포름에 날 가자고 하더니 온 산천이 어우러져두야 날 가잔 말 없구나
35
앞남산천에 두견 접동아 너 슬피울지 말아라 너 슬피우는 음성 소리에 고향 생각 더 난다
미창 아래쪽 서천명월아 술 한잔만 부어라 우복수 들가방에 돈 쏟아진다
아롱다롱 잣모베개는 밤마다 베는데 정든 님의 긴긴 팔은 언제나 베나
63) 우복수 : 소장수
64) 잣모베개 : 헝겊조각을 조그맣게 고깔로 접어서 돌려가며 꿰매 붙여 만든 잣 모양의 베개. 잣베개라고도 한다.
36
허공 중천에 반달이 뜬거는 보기나 좋지 우리 님이 맘달 뜬이는 보기도 싫어요
남의 님을 보고서 통신을 말어라 남들도 본다면은 허명무실이라
오시라는 님은 왜 아니오시고 오지 말라는 구진 비가 왜 졸졸 오나
하늘을 만져야 별을 따지 그대 님을 만나야지 만난 소릴하지
아라리 고개는 열 두 고개인데 나 넘어갈 고개는 한 고개밖에 없구나
아라리 고개는 웬 고개가 많은지 고개를 넘다보니 다 늙어졌네
65) 맘달 뜬이는 : 우리 님의 맘이 뜬 것은
37
아라리 고개는 열 두 고개인데 나 넘어갈 고개는 한 고개밖에 없구나
아라리 고개는 웬 고개가 많은지 고개를 넘다보니 다 늙어졌네
아라리 고개에다 주막집을 짓고 정든 임이 오기만을 기다리자꾸나
38
뒷집에 숫돌이 좋아서 낫 갈러를 갔더니 옆 집 색시 옆눈질 바람에 낫날이 홀짝 넘었네
구월 국화 꽃을 따다가 국화주를 담그고 김생원 이생원 불러다 놓고서 국화주 한 잔 하세나
지게를 만질 적에는 나무를 하자는 말이오 처녀 총각이 걸어갈 적엔 정들잔 말이라
간난이아버지 보국대 간 줄을 번연히 번연히 알면서 간난이아버지 계시느냐고 왜 자꾸 물어봐
육백마지기 떡갈잎으로 거름만 할 수 있다면 우리 집에 자갈 밭을 옥답으로 바꾸지
66) 보국대 : 중일전쟁 후 일제가 조선인의 노동력을 수탈하기 위해 강제로 끌고 가서 만든 노역 조직
67) 번연히 : 뻔히
39
성냥개피를 똑똑 꺾어서 군불을 지피고 중박 밑이야 따실 때까지 놀다가만 가세요
앞남산 철쭉꽃은야 오래두나 볼시 정든 임 얼굴과 예전두나 하구나
투방거리 삼거리에 솥을 때우는 저 영감 우리 둘이에 정 떨어진거는 왜 못 때워주나
막걸리 한잔이 남자의 속을 푸는데 말 잘하는 여자의 몸으로 남자의 속을 못 풀어 68
68) 중박 : 문지방
40
황정산 중허리 굵으나 굵은 소나무 경복궁 대들보로 다 팔려 나간다
산천이 고아서 뒤돌라다 보았나 임 계시던 곳이라여서 뒤돌라다 보았소
한치 뒷산에 곤드레 딱주기 세지를 말어라 나물 뜯으러 가는 핑계로 님 상봉 가자
41
산중소출로 먹기나 좋기는 풋강낭이 올창묵 첫날 밤에 말하기 좋기는 장모님의 딸이라
갈 적에 보니는 젖을 먹던 아기가 올 적에 보니는 가마채가 나간다
올라오셌소 내려오셌소 입으로 인사 말구야 행주치마를 입에다 물고서 입만 방긋하여라
만첩산중에 참매미 소리는 나 듣기나 좋건만 젊은 과부 한숨의 소리는 나 듣기도 싫어라
69) 풋강낭이 올창묵 : 풋강냉이 올챙이묵
42
놀다가 죽어도 원통다고 하는데 일을 하다 죽어지면 더 할말 있나
아들 딸을 나달라고 산제불공 말고 봉평에 오신 손님을 우리 괄세 마세요
태기산 산상봉에 제일가는 소나무 경복궁 대들보로 다 넘어간다
아우라리 뱃사공아 배 좀 건너주게 싸리골 올동박이 다 떨어진다
오늘 갈런지 내일 갈런지 사사망중인데 울 밑에 물봉숭아는 왜 심어놨나
도랑강이여 오름포름에 날 다리고 간다더니 산천이 어우러져도 왜 아니 오시나
70) 산제불공 : 부처 앞에 공양을 드림
71) 아루라리 : 아우라지
72) 싸리골 : 싸리나무가 많이 나는 마을이라는 옛 지명
73) 올동박 : 생강나무를 부르는 강원도 말로, 산지의 계곡이나 숲 속의 냇가에 자 라며,나뭇가지를 자르면 생강냄새가 난다고 해서 생강나무라고 이름이 붙여 졌다.
74) 사사망중 : ‘정수정막’과 같은 말로,확실한 기약이 없어 예측할 수 없다.
43
영월 평창 정선에 딸 주지 마세요 삼베질삼 하느라고 밤잠을 못 자요
박달나무 홍두깨는 무슨에 팔자가 좋아서 큰애기 손에만 놀고 있네
당신은 남이요 나도 남이 아닌가 남남끼리 만나가지고 잘 살어보세
평창강 백모래 자락에 비 오시나 마나 어린 가장 품 안에 잠자나마나
44
한 길 강 넘어 두 길을 넘어 꼴 베는 저 총각 꼴 베기가 싫으시거든 내 옆으로나 오세요
서 발 장대를 돌돌 굴려도 끝이나 없는 신작로 총각 낭군이 가자고 할 적에 왜 못 따라갔나
정든 님이 오신대서 홀라당 벗고 잤더니 문풍지 바람에 설사병이 났구나
갓난이 아버지 보국대 간 줄을 번연히 번연히 알면서 갓난이 아버지 계시느냐고 왜 자꾸 물어봐
대관령 아흔 아홉 구비 무사히 잘 넘었는데 싸릿재 뱃재 멧둔재 고개가 또 웬수로구나
성마령 꼭대기 호랑이는 무얼 먹고 사나 우리 님 올 적에 짖는 저 개를 콱 물어가거라
45
너나나나 아차해서 죽어지면 속 매끼 일곱매끼 겉 매끼 일곱매끼 이칠에 십 사 열 네 매끼 좋은 나무 바장틀에 노가지 나무 연주대에 서른 두 명 상두근에 너우넘차 발 맞춰라 복만산천 돌아가면 석 자 석 치 폭폭하고서 들어누면은 그만인 것을 이렇게도 매정하여서 살 수가 있나
영감은 할멈치고 할멈은 아 치고 아는 개 치고 개는 꼬리치고 꼬리는 마당치고 마당 앞에 수양 버드 나무는 바람을 맞받아치는데 우리집 영감은 앞집 과부한테나 옆눈질만 치는구나
옛날 옛적 갓날 갓적 잘하고 잘못한 건 모지랑비로 싹싹 쓸어 우리 둘이 한 짐 지에우가 한강 속에 던지고 없는 정 있는 듯이 잘 살어보세
우리집에 서방님은 잘났던지 못났던지 얼궈매고 찍어매고 노가지 장치다리에다 노가지나무 곰배파래 노가지나무 지게에다 엽전 석 냥 걺어지고 강릉 삼척에 소금사러 가셨는데 대관령 아흔 아홉 구비 무사히 잘 다녀오세요
75) 바장틀 : 상여틀
76》연주대 : 상여 제구의 일종
77) 상두근 : 상여를 매고 가는 사람
78) 너우넘차 : 상여소리에서 선소리를 매겨 받는 소리
79) 모지랑비 : 쓰나 남은 빗자루
80) 장치다리 : 굽히지 못하는 다리
81) 곰배파래 : 꺾여서 펴지지 않는 팔
46
가다보니 감낭기냐 오다보니 옻낭기냐 자빠졌다
잣나무 엎어졌다 엄나무 청실홍실 대추나무 꽝꽝 울려 뿔나무야 잡지 못할 굴뚝새 웅그하리
죽두가리 앞에 놓고 누웠으니 잠이오나 앉어서나 님이오나 등불을 도다놓고 침자를 도다베고 얼마나 기다렸는지 잠시 잠깐 깜박 조니 새벽달이 지새네
십 리 밖에 신나무 오 리 안에 오리나무 칼로 찔러 피나무냐 콕콕 찔러 찔레나무 이편저편 양편나무 달 가운데 계수나무 향기나는 동박나무 동박을 따가지고 짜개틀에 설차짜서 머리에 살짝 바르고 정든 님 오시기를 기다려보세
니 칠자나 내 팔자나 네모반듯 완골방에 원앙금침 잣베개를 머리만침 던져놓고 무명비단 솜이불을 허리에다 걸쳐놓고 샛별 같은 눈요강은 발치만치 던져놓고 꽃 같은 너를 안고 잠자보기는 오초강산에 영글여서니 멍틀멍틀 장석자리에 깊은 정만 두자
82) 감낭기 : 감나무
83) 옻낭기 : 옻나무
84) 웅그하리 : 옹기화로
85) 죽두가리 : 죽뚝배기
86) 침자 : 이부자리
47
오대 산천에 드는 단풍은 고 세월에 들건만 이내 가슴에 드는 단풍은 시시때때로 든다
백발이 오지 말라고 가시성을 쌓더니 요 몹쓸 놈의 백발이 날 찾아왔네
시냇물은 흐르고 흐르다 바다로나 가는데 우리 인생은 늙고 늙다가 어데로 갈 건가
당신이 내 속 썩는 걸 그렇게도 모르거든 건넌 산 봄눈 녹는 걸 똑똑히 보게
주문진 뒷골목에서 솥 때는 영감아 우리 둘의 정 끊어진거는 왜 못 때주나
48
돈 세던 남아가 돈 떨어지니 구시월 서달픔에 서리 맞은 국화라
술집에 갈 적에는 술 먹으러 가지 술 아니 먹고 돈 아니 쓰려면 뭐 하러 가소
대관령 고비를 돌고 돌아가니 동해에 푸른 바다가 나를 반겨준다
술집 술이라고 먹거들랑 취해지를 말고 임이라고 만나시거든 이별을 마오
49
저 건너 묵밭은 작년에도 묵더니 올해도 날과 같이로 또 묵는구나
공산명월아 해달같이야 희고 밝지 말아요 운무 중에 뜬 달같이 은은해 주게
물 본 기러기 꽃 본 나비는 탐화봉접인데 나비가 꽃을 보고서 바로 갈소냐
산천이 좋아서 나 여기 왔나 임 계신 곳이라서야 나 여기 왔네
청춘호걸이 제 잘났다고 건들거리지 마라 부모님의 맡겨진 재산을 아껴서 써라
87) 묵밭 : 묵은 밭. 한 해를 쉬어 쓰지 않은 밭
88) 탐화봉접 : 꽃을 찾아다니는 벌과 나비라는 뜻으로,여색을 좋아하는 사람을 비유해 이르는 말
50
한치 뒷산에 곤드레 딱죽이 임의 맘만 같다면 올 같은 흉년에도 봄 살아나겠네
재작년 봄철이 또다시 돌아왔는지 한치 뒷산에 곤드레 딱죽이가 또 올라오네
한치 뒷산에 곤드레 딱죽이 세지를 말어라 지난 봄에 만났던 임을 또 만나자꾸나
2018 동계 올림픽 평창에서 열리니 어절씨구 춤을 추면서 평창아라리 부르세